우리 사회와 어르신들께

 

 

 

 

               사계절 중 봄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기쁨을 주고 있는지

               계절의 여왕 여름도 눈꽃 나라의 겨울도 다른 계절보다 더 열등하지는 못하다.                  

 

               마찬 가지로 사람에게도 젊은이들에게만 있는 아름다움이 있고

               나이가 든 사람에게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때때로 우리는 거리에서 머리는 하얗게 새고 허리는 둥그렇게 굽으신 노인들을 볼 때가 있다.

               이들의 무릎은 몸을 지탱하기 조차 힘겨워 떨리고 힘을 내야만이 간신히 걸어갈 정도이다.

 

               비록 과도한 노동과 질병, 고통과 슬픔등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린 노인들도 있지만

               꿋꿋하게 이와 같은 것들을 이기고 간 노인들의 모습은 마치 화창하고 아름다운 가을날의 오후와도 같다.

 

               가을 나무에 물든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마음이 즐겁지 아니한가?

               할 수만 있다면 가는 세월을 붙잡고 나뭇잎들이 푸르고 싱싱하게 좀 더 오래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노년기의 성숙함에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있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봄 날에 솟아나는 새싹과는 달리 누렇게 변해가는 심홍색이다.

               그것은 노년기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하게 부여된 아름다움이고 황혼녁에만 볼 수있는 장엄한 광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생의 짐에 눌려 지친 이러한 어르신들이 

               낮고 약한 목소리로 힘겨움을 호소하는 소리를 들어 볼 수도 있다.

 

               인생의 나이를 먹으면서도 사소한 일들에 매달려 있는 사람만큼이나 부자연스럽고

               가련한 사람들도 또 있을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 들었음에도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처럼 행동하고자 하는 망령

               육체적으로 쇠잔한 나이임에도 젊은이들의 즐김과 겉치장과 몸짓을 흉내 내고자 하는 추태

               휘청거리는 두 다리로 위험한 곳에 뛰어 들려고 하는 불안

               나이를 감추기 위한 짙은 화장이나 성형

               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에 군림하고자 하는 태도

 

               이러한 노인들을 바라보며 과연 어느 누가 아름답다고 말하던가?

               또한 그 모습이 얼마나 어색하며 억지스럽고 불안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희망이 언제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주듯이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할 때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무릎에는 놀라운 힘이 솟게 된다.

 

               이렇게 만족이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 주고

               나머지의 여정을 힘 있게 걸어 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걸어야 하는 순례의 길은 때때로 고단하고 힘든 길이며

               끝도 없이 계속될 것만같은 두려움과 방해들 때문에 피곤해 지기도 한다.

 

               이럴 때 자신이 처한 형편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항상 만족하고 감사하며 진지하게 사는 삶,

               그리고 초지일관(初志一貫)된 마음으로

               변함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가?

 

               우리 사회가 갈수록 경로사상이 약해지는 것은 변해가는 핵가족 제도의 영향

               타락해 가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은 언제까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을 것처럼 여기지만 인간은 모두가 늙게 마련이다.

               그 동안 노인들이 기껏 기르고 가르쳐 놓았더니 이제와서 그 분들의 공덕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우리들은 모두 부모 세대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 빚은 우리들의 생명을 부여 받은 것이요, 우리들의 혈관에는 지금도 그들의 피가 흐른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과 희생의 빚도 졌다. 그런데 지금 그 부모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 빛나던 눈동자에는 어느 덧 총기가 흐려졌고 얼굴은 창백해졌으며

               당당했던 어깨는 축 내려 앉아 행색은 더욱 남루하여 생기마져 사라졌다.                                          

 

               이러한 노인들을 생각할 때 다른 것들은 다 제쳐 두고라도 노인들의 복지와 기초연금은 너무도 중요하다.

               그것은 어떤 정치나 어떤 당리당략이나 어떤 살림살이 보다도 중요하다.

               이들이 모두 내 가족이요, 자랑스런 우리의 얼굴이고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쓸 것은 처음부터 다른 곳에 다 써 버리고 이제와서 기초연금이 바닥났다고 말한다면                                    무슨 염치로 우리의 자식들에게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가의 지도자들은 모두가 정장을 차려입고 노인들을 볼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면서 인사부터 해야 할 것이다.

 

               서양 속담에 "꽃은 사랑과 섭섭함을 받으며 진다"는 말이 있다.

 

               노인들 만큼이나 사랑스럽고 희고 아름다운 꽃이 또 있을까?

               이 땅에 사는 노인들이 꽃처럼 시들어 갈 때 그들에게 더 이상 섭섭함이 남지 않도록

               우리는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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