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택가에서 생긴 일

 

 

 

 

 

              내 어릴 적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느 여름방학식 날

              종례 식이 끝나자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 청소당번도 뿌리치고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넓은 도로를 지나서 내가 좁은 주택가로 막 들어섰을 때에

              갑자기 어느 집 대문 안에서 한 마리의 개가 나를 향해 무섭게 짖어대고 있었다.

 

              마치도 그 개는 내가 자신을 넘보기라도 했다는 냥

              입 밖으로는 거품을 흘리고 대문 아래로는 주둥아리를 내밀고서

              나를 향해 무섭게 짖어대고 있었다.

 

              그때에 나는 그 개가 얼마나 무섭던지 가던 길도 멈추고

              한 발로는 땅을 쿵쿵 두드리고 한 손으로는 돌을 집어 위협하면서

              개를 향해 조용히 하라고 말을 했다.

 

              한참 후에 그 집안에서 한 어른이 나왔는데 그는 나를 부르더니

              나의 머리를 주먹진 꿀밤으로 한대 쥐어박고서는 다짜고짜로 나를 그의 정원으로 끌고 갔다.

 

              그 때에 그는 나를 당장에 무릎꿇리우고 두 손은 높이 들게 하면서 벌을 주웠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였을까?

              나는 정말 그 개가 너무도 무섭고 조용히 하라고 한 것밖에는 없는데...

 

              나의 얼굴에서는 자꾸만 땀이 흘러내렸고

              그동안 잘 참고 있었던 그것도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다. 

 

              그때에 나는 혹시라도 누가 볼세라 몸을 자꾸 비틀며

              그 모습이 얼마나 창피하고 당황했던지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주인은 다시 나를 불러 세우고는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다음부터는 개를 보면 그냥 지나가라고...

              다음번에도 또 들키면 내 부모님과 학교에도 통보한다면서

 

              별일도 아닌 듯이 그는 내게 땀을 씻고 가라면서 물을 틀어 주고서는

              집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때에 나는 마치 죄수가 감옥 생활을 마치고 자유를 찾은 신분처럼

              그의 대문을 걷어 차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같이 기쁜 날 나는 힘 없이 고개를 떨구면서

              길 가의 또랑 물에 돌을 던지며 분풀이를 하면서 늦게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이 같은 모습들이 우리에게 처해진 남북한의 모습은 아닐까...

              이곳은 우리 땅이니 양측의 누구라도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한쪽에서는 연일 방송에 나와 북한에 대해 열을 올리고

              어느 보수단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단지를 만들어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북한에서는 우리를 향해 더 이상 자기들을 자극시키지 말라면서 또다시 경고를 보내왔다.

 

              마치도 남의 집 개가 짖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말고 어떠한 군사훈련이나 무분별한 전단지나

              무시나 압박도 하지 말고 오로지 네 갈길이나 똑바로 가라면서...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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