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에서의 교훈
가을 수확이 끝난 들 녘에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조용한 교훈이 있습니다.
추수를 마친 텅 비어 있는 들판은 마치도 쓸쓸하게 지내온 우리의 삶과도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황금물결 알알이 풍유를 자랑하던 들녘인데 지금은 모두가 사라지고 텅 빈 가슴만 남았습니다.
우두커니 그 모습 살펴보노라니 그 들녘은 많은 것을 생산하여 풍성한 수확을 주었기에 만족하고 그 곳에 빈 들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빈 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욕심 없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빈 들은 많은 것을 생산하여 아낌없이 내어 주면서 자기 공을 내세우거나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그 마음에
우리는 저절로 부끄러워집니다.
인간의 삶이 자신을 내세우며
자기 공로 자랑하기에 바쁘고
자기의 것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데
어쩌면 저 들녘은 그렇게도 너그러우며 그렇게도 여유가 있고 그렇게도 욕심이 없을까요?
대지는 마치도 우리 어머니의 품과도 같습니다. 들판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주면서도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저 모습은 진정코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빈 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욕심 없음에 한 없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그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 주었는데도 사람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땅을 갈아엎고 공장을 짓기도 하고 골프 장을 만들며 아스팔트길로 덮어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 숲을 이루어 놓았습니다.
공장에서는 끊임없이 폐수가 흘러나오고 수 많은 자동차의 매연으로 빈 들은 더 이상 자연의 풍성함을 간직할 수 없도록 되어 버렸습니다.
여름에는 많은 물을 저장하여 홍수가 나지 않게 조절해 주고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하여 공기를 정화시켜 주었고 아름다운 자연과 풍성한 소득을 아낌없이 주었던 들녘인데
이제는 공장과 아파트에 그 가슴을 내어주고 안타깝게 그 위에서 시들어 가는 인간의 삶을 지켜만 볼 뿐입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빈 들 앞에 설 때마다
커다란 희망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빈 들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해 주었습니다.
어머니 같은 대지의 사랑을 깨닫고 그 곳에 돌아올 수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빈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풍성한 사랑을 내어 줄 것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약속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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