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군에 간 아들에게

 

 

       아들아 네가 어느 덧 어엿이 자라 국가의 부름으로 먼 여행길을 나선지도 몇 주간이 지났구나

 

       훈련소 입대 하루를 남겨두고 머리를 깎겠다는 네 말을 듣고 

       몹시도 당황되면서도 그 동안 너와 앉아 제대로 대화한번 나누지 못했던 사실에 

       아버지로서 늘 네게 정말 부끄럽고 한 없는 마음밖에 없구나.

       하지만 누가 뭐래도 너는 우리집의 가장이고 이 집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말거라.

 

       네 엄마는 오늘도 네가 없는 방 한구석에 앉아

       무더운 여름철 신병교육에 고생하고 있을 네 생각에

       무얼그리 열심히도 하는지 밤 늦도록 전깃불은 꺼지지도 않더구나.

       아마도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거쳐야 될 고통의 관문인가 보다. 

 

       아들아 네가 태어나 처음으로 겪게 된 낯설은 환경에 네가 얼마나 불편할지 조금은 염려부터 든다.

 

 

       아무리 피곤해도 어김없이 6시면 일어나야 하는 기상시간과 네 입에 맞지도 않을 세끼 식사,

       그리고 아무리 덥고 목이 말라도 할 수없이 참아야 하는 교육훈련시간에

       친구들과 가족들조차도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다는 현실에 행여나 건강이나 해치지 않을까 걱정까지 든다.

 

       아들아! 아비가 기억하는 너는

       언제나 집과 학교와 교회생활이 전부였고 사회의 겁 많고 늘 순진한 아들이었다.

 

       비록 힘들고 열악한 가정의 형편이지만

       너는 늘 착실하고 잘 웃고 잘 참아주는 우리집의 기둥이었고

       나는 그런 널 늘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단다.

 

       아버지가 군대시절 훈련을 받고 있을 때 어느 조교가 그러더라.

 

      "차렷! 눈깔에 각 잡아!...

      "뭐가 보이는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니 남은 군대 생활이다."

 

       그 때의 그 조교말이 얼마나 무섭고 야속하든지

       지나고 보니 평생잊지 못할 추억도 되더라.

 

       아들아 강하고 결단력있는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 돌아와다오.

 

       군인을 훈련시키는 목적이 유사시를 위한 것이라면

       군인이 전쟁을 겁내고 훈련을 두려워 한다면 결코 용감한 군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사회인 역시 소신있고 결단력있는 강한사람을 필요로 한단다.

 

       아들아 평소 네가 가끔씩 즐기던 인터넷게임이나 TV시청등

       자유로운 여가시간이 없다는 것은

       이젠 어쩌면 너도 사회의 어엿한 성인이 되어 거듭나야 될 시기가 아닌 지 모르겠다.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이젠 스스로 헤쳐나가 앞날을 내다보고

       절제할 것은 과감히 절제하며

       보다 큰 미래의 목표를 가지고 네 꿈을 하나 둘씩 이루어가면 좋겠다.

 

       아들아 더욱 더 참을성이 많고 정을 나누어주는 따스한 사람으로 성장하거라.

       약자에게는 늘 약하고 강자에게는 늘 강한 자가 되어 주거라.

 

       아들아 훈련소가 있는 한 훈련소장님은 반드시 존재하는 것과 같이

       네가 믿는 하나님도 마찬가지겠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너의 하나님이 계시고 그 분께서 너를 지켜 주실 것이다.

 

       아들아! 아무리 힘들고 고된 하루일 지라도 취침하기 전

       내일의 훈련과 부대의 날씨와 그리고 동료들의 건강과 지도하실 교육대장님을 위하여 기도하거라.

 

       네 아버지도 처음 훈련병 취침시절때는

       날마다 소대를 위해 기도해주는 훈련병의 대표였지.

 

       앞으로 나가 소등을 하고 대표하여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때면

       처음에는 얼마나 떨리고 무척이나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소대장님의 간곡한 말씀에 몇번이고 용기를 다지곤 하였단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도 아닌 기도 몇 마디가 

       동료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눈 시울을 적시며 다시 한번 힘을 얻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단다.

 

       기도가 끝날 때 쯤이면 저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요!" 라고

       서로가 인사나누며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네 아버지의 마음도 뿌듯해지고 활력을 얻곤하였었지...

       그런 계기가 있어서인지 아빠가 어디를 가더라도 늘 주목받는 대상이 되곤 하였었지

       별명도 수두룩하고 사단장님앞에서 사회도 보며 연병장 주변의 모든 글귀들도 이 아빠의 작품이란다.

 

       아들아! 누군가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서고 수고한다는 것은

       너나 남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란다.

 

       아들아 언제나 도움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잘 활용하거라.

       지금의 네 자신의 나약하고 부족한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새로운 성인이 되어 다시만나자.

 

       아들아 네가 생각하는 부모는 비록 부족하고 많이 해줄 것은 없겠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기억하거라.

 

       네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너를 향한 네 엄마는 눈물로 울겠지만

       네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으로 운단다.

       아들아! 정말 사랑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건강하거라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지난해 건강하게 제대하여 지금은 대학교에 복학하여 열심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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