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향기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이웃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파트로 한번 방문을 하게되면 꼭 경비원으로 부터 온갖 제약을 받는다.

                엘리베이터 안에 누군가가 타고 있을 때에도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건넬때면

               "이 자가 왜 그럴까"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쏘아본다.

 

                너와 나의 관계가 단절될 때 우리는 항상 남을 의심하게 되고 갈등만 더욱 쌓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기에 너는 더욱 필요하다.

 

                나는 사람이 좋다. 아니 사람 냄새가 좋다.

                억지로 뿌리고 풍겨나는 그런 사람 냄새말고

                보잘 것 없더라도 저절로 느껴지고 꾸밈이없는 그런 냄새가 나는 언제나 좋다.

 

                모든 만물에는 각기 고유한 냄새가 있다.

                풀냄새,흙냄새,과일냄새,채소냄새,음식냄새,생선냄새,화장품냄새,썪는 냄새들도 있다.

 

                좋은 냄새는 나의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든다.

                좋은 냄새는 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 때에도 언제나 내게 힘을 준다.

 

                그런가 하면 악취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고 기분을 더욱 상하게 한다.

                남들은 내가 오지랖이 넓다며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자꾸만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나의 의지로도 꺾을 수없는 신념이리라...

 

                냄새는 동화작용을 잘한다.

                맨 처음 사람에게 굉장히 불쾌한 냄새가 난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함께 그와 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새 그 냄새는 향기로 뒤바뀐다.


                농촌의 거름냄새가 처음에는 고약하지만 조금만 지나가면 달콤해 지는 것도 다 이런 동화작용 때문이다.

 

                요즘 내게도 언제부터인지 이상한 습관하나가 생겨났다.

                밤만 되면 무슨 걱정이 그리도 많길래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내는 그런 내 속을 뻔히 뚫어보며 "또 이밤에 어딜 그렇게 자주 나가십니까?"하고서

                퉁명스럽게 물어보지만 나의 대답은 역시나 똑같다.

                 사람들이 그립고 세상냄새를 알고 싶고 아직은 생각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하룻밤 사이 십 킬로씩, 길을 걷고 구경하고, 노래도 부르고 기도도 하면서,

                오늘은 동쪽으로 내일은 서쪽으로...

 

                길을 걷다가 보면 반드시 누군가 내게로 접근하며 길을 물어보기도 한다. 

                마침 나도 그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면서 대뜸 맞춰주고는 함께 걷는 것이 서로간의 목적도 된다.

 

                한번은 어느 고급 양복차림에 키는 건장하고 양손에는 각기 휴대폰을 가진 중년신사를 만났다. 

                한 눈에도 그가 대리기사임을 금방 눈치 챌 수가 있었다.

 

               "요즘 돈벌이 어떠세요? 힘은 들지 않으세요?"하고 물어보면

                알만한 나이들의 세계에서는 소통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어엿한 중소업체의 사장으로 그만 업체가 부도를 맞아 아내와 헤어졌고

                그래도 죽지 못해 이렇게라도 살아간다고 말을 했다.


                거리에서는 이런 중년 신사외에도 아직도 많은 대리기사들이 경쟁을 하고있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들을 먹여 살릴 수있는 힘이 겨우 술문화였었다니 조금은 놀랐고 씁쓸해하며

               "아저씨! 화이팅해요"하고 격려도 해 주었다.


                연예인들도 만났다. 술 집의 아가씨들도...

                어떤 사람은 나를 언제 보았다고 내게 차비좀 빌려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어느 지하철역 부근에 간신히 다다르자 온갖 악취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바닥에서는 누가 그렇게 해놓았는지 뿌연 토사물들이 길가에 흐트러져 있었고 

 

                그 옆쪽에는 한 젊은 아가씨가 짧은 치마를 입고서 길 가에 누워있었고

                그 몇 미터 주변에는 많은 쓰레기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후 요란한 기계차가 내 옆으로 서더니 하나 둘씩 사람들이 뛰어 내리면서 황급히 수거함을 들고서

                저 멀리 사라졌다.


                이윽고 환경 미화원들도 나타나 한편에서는 쓸고 한 편에서는 쓰레기들을 집어올리면서

                잽싸게 정리해 놓고서는 차량 뒤에 올라타 이내 사라졌다.



                새벽4시, 초조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서 황급히 샤워하며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어떤 사람, 또 어떤 얘기로...잠은 틈틈이...

                구수한 누룽갱이, 반찬은 없어도 좋다.

                맨밥이면 어떠랴. 시름도 잊고 고됨도 내려놓으면 마음만은 이미 행복인 것을...

                오늘도 가까이에서 사랑스런 그녀의 향기가 내게 힘을 북돋아 준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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